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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몸국과 물회 성지, 신설오름

by 취향의알고리즘 2025. 1. 30.

현지인 맛집과 인스타그램 맛집

향토음식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맛집이고 다른 하나는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집이다. 어느 관광지를 가거나 이렇게 둘로 나눠진다. 전자인 관광객 맛집의 특징은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지가 있고 별점도 관리하여 괜찮다. 블로거 리뷰도 상당히 많다. 티브이 맛집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들어가보면 절반 이상이 관광객들이 와서 식사 중이다. 현지인 맛집은 좀 다르다. 우선 택시 기사분들에게 물어보면 알려준다. 인터넷에 찾아봐도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인스타그램 페이지는 당연히 없고 가보면 살짝 불친절하기도 하다. 그러나 손님 대부분이 현지인들로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요즘은 맛집 리뷰들이 발달하여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가 ‘현지인 맛집‘이 될 정도로 현지인 맛집 자체가 없어지는 추세이다. 조금만 유명해지면 어떻게든 관광객들이 알아서 오는 추세이다.
관광객들에게도 상당히 유명해진 ’현지인 맛집’들이 있다. 그런 집들 중에서는 아직도 현지인들에게 인정받고 현지인들이 다수로 손님인 곳들이 꽤 있다. 그런 곳들은 관광객들이 가기 불편하거나, 주차가 불편하거나 대중교통이 잘 안되어 있다는 얘기다. 또는 화장실 등 부대 시설이 관광객들 가기에는 불편한 곳들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약간 불편하지만 현지의 맛을 현지인들과 함께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현지인 맛집을 좋아한다. 그런 현지인 맛집 만의 분위기와 음식 맛이 있다. 제주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맛집을 찾았다가는 ‘가짜‘ 제주 음식을 맛 볼 수도 있다. 물론 사진 찍으러 갔고 입맛이 초딩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제주에서 만큼은 제주를 만나고 싶어서 약간은 불편한 현지인 맛집을 간다.

신설오름 식사용 몸국이다. 술국은 당연이 이것의 2.5배 정도 된다. 저렇게 고춧가루를 얹어 주는데 나는 현지에서 주는 대로 먹는다.


제주 술꾼들의 성지 신설오름

제주시 고마동에 위치한 신설오름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현지인 맛집이다. 관광객들에게 알려졌지만 주차가 불편하고 관광지라기 보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분위기로 인해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다. 서너달 만에 제주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9시였다. 이러면 보통 저녁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비행기를 탔을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제주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어야 한다. 제주에서의 한 끼 식사는 육지에서의 한 끼니와 같을 수가 없다. 제대로 된 곳에서 제주를 만끽해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각재기국, 몸국 등의 음식점들은 늦게까지 하지 않는다. 이럴 때 머리에 딱 떠오르는 곳이 신설오름이다. 신설오름은 음식점이라기 보다는 술집에 가깝다.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식사하기 보다는 친구들과 노지 소주에 제주 현지 음식을 음미하기 좋은 곳이다.
제주도는 소주도 노지가 있다. 노지는 지붕 없이 자연에 노출된 땅을 말한다. 감귤 농사를 하우스에서 지으면서 하우스가 아닌 감귤을 노지귤이라고 했다. 노지 소주는 이와 같은 개념으로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둔 소주를 말한다. 제주 현지인 음식점을 판단하는 기준 중의 하나가 노지 소주가 있는지를 보면 된다. 소주가 종류별로 냉장고에 들어가 있지 않고 밖에 두었다. 날씨가 급변하기도 하고 바다 위에서도 소주를 마셨던 전통인지 제주 사람들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실온의 소주를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제주에 가면 노지 소주를 즐긴다. 신설오름은 바로 이런 노지 소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설오름은 고마로의 술집들이 많은 거리에 있어 주차가 쉽지 않다. 뒤로 돌아가면 시립 주차장이 있는데 늘 차가 많다. 술 한잔 맛있게 할 생각하고 택시를 타고 ‘신설오름 갑니다’ 하는 것이 편하다. 새벽 3시까지 영업해서 늦게 한 잔 하기도 좋다. 신설오름에 들어가보면 내가 얘기한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다. 젊은이들부터 중년들까지 제주인들이 가득이다. 돔베고기나 몸국에 신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육지에서 여러 큰 일들이 있었던 것은 알까 싶을 정도로 현지스럽다. 물론 나도 노지 소주 한 병이나 제주막걸리 한 병이면 그들과 똑같아 진다. 이런 것이 신설오름의 매력이다.

한치물회다. 한치철인 여름은 아니지만 겨울에도 급속냉동으로 이렇게 싱싱하게 즐길 수가 있다.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다.


신설오름 시그니처 메뉴 몸국과 물회

신설오름을 알게 된 것도 제주도청 출입 현지 기자들과 술을 몇 번 마시면서부터다. 내가 올 때마다 몸국을 좋아한다고 소문을 냈더니 여러 기자들이 내게 몸국 좀 한다는 집들을 소개해주었다. 몸국이 원래 제주에서 잔치 음식이다 보니 어떤 기자는 나를 데리고 내가 모르는 분 자제의 결혼식에도 데리고 가서 그 집에서 가서 손님들과 함께 몸국을 먹어본 적도 있다. 이러면서 소개받은 집 중의 하나가 신설오름이었다. 내가 술꾼이다 보니 술꾼이 사랑하는 음식은 술꾼들이 서로 잘안다.
몸국은 제주에서 아직도 발음이 남아 있는 아래 아 모음 ㅁ.ㅁ국이다. 오와 어의 중간 발음이다. 해초 모자반이 제주 사투리로 몸이다. 제주 바닷가에는 널려 있는 것이 모자반이다. 지금에서야 모자반이 혈액 순환, 비만 감소, 등등 만병통치약처럼 효능을 이야기하지만 아마도 가난의 음식이었을 것이다. 돼지를 국물로 만들어 많이 먹는 것의 부피를 더 늘리기 위해 모자반을 넣어서 전분의 맛을 더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이 향토 음식이 되었다. 몸국은 고사리육개장으로 유명한 우진해장국도 유명하다. 신설오름은 몸국이 술국용도 있어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돼지 국물 베이스를 좋아하는 분들은 누구나 즐길 것이다. 돼지국밥, 돼지곰탕, 순대국밥 류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낯선 음식은 아니다. 겨울에 속을 따듯하게 하는데도 탁월하고 주린 배를 채우기에도 넉넉한 음식이다. 푹 삶아서 흩어진 돼지고기의 식감에 혀에 닿을 때 모자반 전분 국물의 매력을 함께 더해 숟가락을 놓기 어려운 맛을 만든다. 몸국 좀 한다는 집들의 몸국을 꽤 먹어본 내게도 신설오름 몸국은 탑3에 든다.
물회는 기본적으로 된장 음식이다. 된장 베이스로 신선한 오이 등 채소를 다져 넣고 고추장를 푼 얼음 국물이 전복, 소라, 한치, 자리, 어랭이, 도미의 생물 회를 넣어 말아 먹는다. 국수를 넣기도 하고 나중에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이 물회도 신설오름에서는 안주용 물회가 있다. 오늘은 한치물회를 먹었다. 철은 아니지만 요즘은 급속냉동이 좋아서 생물처럼 즐길 수가 있다. 구수하면서 얼큰하고 시원한 물회와 몸국을 안주로 먹으면 술도 많이 먹지만 밥도 한 끼 뚝딱 먹는다. 노지 한라산 오리지널 두 병 각이다.
제주에도 진로와 처음처럼을 판다. 굳이 제주에 와서 육지에서 물건너온 소주를 마실 필요가 없다. 제주 음식에는 제주에서 만든 한라산 소주와 제주막걸리가 제격이다. 음식 궁합도 잘 맞는다. 이번에 한번 노지 소주를 즐겨보는 것도 권한다. 지금도 칼바람을 뚫고 신설오름 문을 열고 들어갈 때 안의 풍경이 눈 앞에 선하다.

느낌오지 않는가? 제주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신설오름이다.
도착해서 먹었더니 제주막거리가 당일 생산한 것이다. 이렇게 신선한 제주막걸리는 또 처음이다. 럭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