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우동을 먹어야 하는 이유 세 가지
여행이나 출장으로 제주에 가면 첫 끼 식사는 무조건 제주 향토 음식을 먹는다. 각재기국이나 몸국이 나의 제주 첫 끼니다. 다음날 제주의 푸르른 바다와 맑은 하늘 그리고 울창한 한라산을 보면 이 자연 속에서 깔끔한 음식을 먹고 싶어 지기도 한다. 이 자연과 어울리는 단정하고 깔끔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내게는 그런 음식이 정호영 쉐프의 붓카케우동이다. 쫄깃한 면발에 쯔유를 부어 간장 베이스로 즐기는 면의 탄력감은 제주의 정갈한 자연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에서 우동을 먹어야 하는 이유 두 번째는 산굼부리 옆이기 때문이다. 산굼부리는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마르형 분화구이다. 7만3천년 전에 용암이 분출하지 않고 움푹 파인 구멍만이 생겨서 동식물과 자연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겨울에는 눈 맛집이자 가을에는 나무 맛집이고 여름에는 바람 맛집 그리고 봄에는 새싹 맛집이다. 산굼부리는 사계절 내내 경치 맛집이기도 하다. 제주 우동 카덴은 바로 산굼부리 옆에 있다. 산굼부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정갈한 우동 한 그릇은 참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정호영 쉐프의 우동 카덴을 연희동에서 먹지 못했다면 제주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티브이 프로그램에 많이 나와 좀 식상하긴 해도 정호영 쉐프의 우동은 정말 찰지고 쫄깃하고 탄력성이 최고다. 이런 우동을 제주에서 맛볼 수 있는데 제주 왔을 때 안 먹는 것은 손해다.

정호영 쉐프와 우동 카덴
정호영 쉐프는 일본 최고의 요리 사관학교라고 불리우는 오사카 츠지 출신이다. 우리나라 일식 쉐프 유명한 분들이 대부분 이곳 동문이다. 엄격하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 츠지 요리학교의 실습주방 이름이 카덴이었다고 한다. 카덴은 한자로 꽃 화에 전승 전인데 뜻은 일본 고사에 나오는 꽃은 전승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정호영 쉐프에 한국에 돌아와 우동집을 열면서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일본 츠지 요리학교 스승에게 허락을 구하고 카덴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
지금은 츠지 요리학교 출신들이 정말 많지만 정호영 쉐프가 들어왔을 때만 해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츠지 요리학교 출신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정호영 쉐프가 하는 합정동의 우동 카덴에서 쉐프 생활을 시작하고 나중에 자신의 가게를 차려서 나간 분들이 많다. 대표적으로는 신사동의 빕그루망에 빛나는 현우동의 박상현 쉐프도 츠지 요리학교와 우동 카덴 출신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우동을 만드는 곳이 카덴이다.
제주에 우동 카덴을 열었을 때는 모험이라고 본 분들도 많다. 나도 사실 놀랬다. 교래리 쪽에는 그동안 사냥을 즐기던 분들이 자주 가는 성미가든이나 몇 음식점이 있었을 뿐이지 제주나 서귀포, 중문에서 식사 한 끼를 위해 찾아오는 곳은 아니었다. 이번에 다시 가보니 확실히 자리 잡았다. 남녀노소, 연인, 가족 등 다양한 분들이 교래리까지 와서 정호영 쉐프의 우동을 즐기고 있었다.

우동 카덴의 붓카케우동과 삼미우동
우동의 면발을 제대로 즐기는 가장 좋은 메뉴가 붓카케우동이다. 우동이라는 음식이 밀가루 반죽을 발로 밟아서 열과 압력으로 최대한 쫄깃하게 면을 뽑아서 간장 베이스 소스에 찍어 먹던 국물을 만들어 먹던 하는 음식이다. 밀가루를 가장 맛있게 먹는 음식이 우동이다. 이 중 붓카케우동은 찬 우동 면발에 간장 베이스인 쯔유를 부어서 찍어 먹는다. 면발의 쫄깃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서 먹을 수 있다. 고명으로 새우튀김이나 오징어튀김을 올라가기도 한다.
이탈리아에 가면 파스타 레스토랑을 여러 군데 가보는데 항상 알리오 올리오를 시켜 먹어본다. 그러면 면을 어떻게 만들고 조리했는지 간은 어떤지 어느 정도 실력이 드러난다. 가장 기본 파스타가 가장 근본적인 파스타의 맛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우동집을 가면 항상 붓카케우동을 먹어서 면의 쫄깃함과 맛 그리고 식감, 쯔유의 감칠맛 등을 본다. 그리고 다음에 가서는 야마카케우동을 먹어본다. 참마를 넣고 계란 노른자를 넣은 야마카케우동이야 말로 내가 가장 러블리하게 생각하는 우동이다.
우동 카덴의 붓카케우동은 우리나라 최고라고 할 만하다. 물론 투 탑으로 박상현 쉐프의 현우동 붓카케우동도 있다. 오사카에서도 삼백년된 우동집에서도 붓카케우동을 먹어봤지만 우동 카덴의 붓카케우동도 수준급이다. 산굼부리가 수준급의 분화구인만큼 그 옆에 우동 카덴의 붓카케우동도 수준급이다. 눈보라가 옆으로 치는 창밖을 내다보며 붓카케우동을 먹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앞으로 눈보라를 보면 붓카케우동이 생각날지, 붓카케우동을 먹으면 눈보라가 생각날지 모르겠다. 둘 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 가지 맛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삼미우동도 시켰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 갈등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울면이 더 붙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 먹어야 하는 삼미우동이다. 일종의 샘플러 우동이다. 예전에는 삼미우동을 먹고 그 중에 하나를 제대로 한 그릇 시켜 먹기도 했다. 물론 항상 야마카케우동을 시켰다. 삼미우동의 삼미인 세 가지 맛은 야마카케우동, 에비붓카케우동, 카레우동이다. 양이 유치원 전 어린이 한 끼 식사 정도로 적다. 야마카케우동은 산마를 넣은 우동이고 에비붓카케는 새우튀김이 올라간 붓카케우동이다. 카레우동은 일본의 달착지근한 카레에 우동을 비벼 먹는 것이다.
셋 다 특징이 정확하고 먹어야 할 이유가 다르다. 먹고 싶은 순서로 먹거나 아니면 면이 빨리 불 수 있는 카레우동부터 먹어도 된다. 어떤 것을 먹어도 다 훌륭하다. 세 가지를 동시에 먹다니 행운이다.
운전만 아니면 생맥주인 나마비루를 한 잔 먹고 싶었다. 닭껍질튀김을 시켜서 눈보라를 바라보며 생맥주가 생각하며 먹었다. 다음에는 대리를 해서라도 꼭 나마비루에 닭껍질튀김을 먹고야 말겠다. 여러분도 꼭 해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